아아-재밌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내가 락을 미친 듯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재밌다. 단순히 코미디 영화여서가 아니라 그냥...재밌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음악 영화의 클리셰를 키치한 방식으로 비틀어버린다는 데 있다. 아직 무명 밴드인 게스이도즈의 매니저는 속된 말로 양아치다. 툭하면 빚이 늘었다며 말도 안 되는 정산 비율을 강요하고, 본인이 프로듀싱하는 밴드임에도 너네 곡은 다 쓰레기라며 폄하하기 일쑤다. 요절한 천재로 남기 위해 커트 코베인의 뒤를 이어 27살이면 죽을 거라고 믿는 프론트맨 하나코와 역시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져 있는 3인방을 대충 처리하기 위해 매니저는 게스이도즈를 젊은 사람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시골로 보내버린다.
상영정보
2025.05.03(토)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13:00 (상영코드:301)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23:59 (상영코드:1117)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3:59 (상영코드:1118)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3:59 (상영코드:1119)
2025.05.05(월) CGV 전주고사 3관 10:30 (상영코드:505)
삶으로부터 또 다른 삶으로, 감각으로부터 또 다른 감각으로
<기억 샤워 바다> Memories Showers Seas
Creator_캘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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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샤워 바다>는 여유로운 템포로 담은 어느 공원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도입부의 장면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화면 속 그들이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줄로만 알았던 그들은 자세히 보니 앞이 아닌 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고, 이것은 편집을 통한 감독의 의도적 연출인 듯하다. 감독은 우리가 지나온 발걸음을 따라가고 싶었던 것일까? 해당 장면에 대해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도입부는 곧이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제주 이야기와 연결되며 나를 과거 그곳으로 데려가는 가교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들의 역행하는 걸음처럼 나도 시간을 거슬러 감독이 방문했던 그때의 제주로 돌아갔다.
상영정보
5/2(금) 13:30분 CGV전주고사 4관
5/3(토)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7관
5/4(일)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GV)
5/7(수) 21:0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더위 끝에서 마주한 해방감, 그 순간이 남긴 자유
<발코니의 여자들> The Balconettes
Creator_민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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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괴하면서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이 영화의 정체는 대체 뭘까? 어떤 말로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단한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명백히 잘못된 일 임에도 불편한 기색을 비치면 예민하다고 취급됐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해서, 누군가는 싫은 내색을 보이기 싫어서, 누군가는 거절 한 후의 분노가 두려워서. 그와 같은 이유로 그러한 불편함을 숨기고 웃어넘겨야만 했다. 하지만 일종의 신호탄처럼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 억눌림이 터지고 만다.
상영정보
2025.05.01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2025.05.02 17: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025.05.05 14:00 CGV 전주고사 2관
낮에도 밤에도 고단한 사랑의 온도.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Hot in Day, Cold at Night
Editor_민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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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날과 참 잘 어울리는 영화 한 편을 만났다. 바로 박송열 감독이 연출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쌀쌀한 밤과 더운 낮 사이 그 틈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가끔 구름>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부부로 돌아왔다. 현실적인 사랑과 일상의 온기를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섹션에서 상영된다.
상영정보
2025.05.04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소재주의와 신파를 넘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퀴어 영화
<3670> 3670
Creator_re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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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게이 철준은 양쪽 모두에서 외롭다.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못하고,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탈북민 정체성이 자극적으로만 소비되기 일쑤다. 탈북민, 게이 커뮤니티 모두 규범적 사회 바깥에서 소수자들끼리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곳이지만, 정작 두 정체성 모두를 가진 철준은 그 어디에서도 오롯이 편안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3670〉은 두 커뮤니티의 거리감 혹은 중첩을 다루는 영화인 동시에, 소수자의 자기 서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커뮤니티 사이를 오가는 철준의 발걸음을 통속적 드라마의 문법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 대신 소수자와 서사의 문제를 파고들어 소수자가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한다.
상영정보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153)
2025.05.04.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0:00(상영코드: 413)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649)
공존이라는 메시지 위에 서서 외치는 호소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The Birds Who Lived Home - Where Did You All Go?
Creator_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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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식주에서 ‘주’를 담당하는 집이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신을 긍정하고 포용하는 경향을 지닐 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정신적인 공간의 개념으로 나눈다면 그 또한 거시적인 의미의 ‘집’이 될 테다.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작품으로서, 제목 그대로 집에 살던 새가 어디로 갔는지를 묻는다. 나의 해석으로는 제목에서 사용된 집이라는 개념은 ‘우리 곁’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들을 전부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곁에 있던 새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
상영정보
2025. 05. 02(금)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20:30
2025. 05. 04(일) CGV전주고사 4관 13:30
2025. 05. 05(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1:00
2025. 05. 09(금)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17:00
기록이 다큐멘터리의 본질일까
<저항의 기록> Resistance Reels
Creator_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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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또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저항의 기록>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정의’에 관해 묻는 것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즉 문서화와 기록화에 중점을 둔 장르의 영화들은 여전히 국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기록할 것인가. 제작자의 관점이 개입된, 설득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실을 활용할 것인가. 그 질문 위에서 저마다의 필름을 찍어냈던 수많은 다큐멘터리 상영작의 감독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답을 내린다. <저항의 기록> 또한 그렇다.
상영정보
2025. 05. 01(목) CGV전주고사 7관 21:30
2025. 05. 04(일) CGV전주고사 7관 14:30
2025. 05. 06(화) CGV전주고사 7관 14:30
경계 없는 서사, 퍼펫 애니메이션의 마법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 Sanatorium Under the Sign of the Hourglass
Creator_방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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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홍보하는 문구에서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동명 소설을 물성화한 미스터리 영화"라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흔히 '영화화'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이는데, 왜 '물성화'라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했죠. 영화를 보고 나니 왜 하필 그 단어였는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말로 붙잡기 어려운 어떤 관념이나 분위기를 손에 잡힐 듯한 실체로 만들어낸 작품, 그것이 바로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였습니다.